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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혼계, 죽음 뒤에 남겨진 마음의 미궁

  • 작성자 사진: 관리자
    관리자
  • 4일 전
  • 1분 분량

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스며든 이야기

회혼계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분명 화면은 조용한데, 마음은 편하지 않다는 묘한 감각이었다.

대만 드라마 특유의 어둡고 눅눅한 공기, 골목골목 스며 있는 오래된 집들,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정적.


이 드라마는 괴이함으로 관객을 겁주는 대신, 죽은 자가 돌아온다는 발상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감정에 집중한다.

그 감정은 두려움보다 더 날카롭고 호기심보다 더 위험했다.


잃어버린 아이들과 잃어버리는 중인 어른들

  • 왕혜쥔

딸 진진을 돌보며 살아가지만, 진진의 눈이 뜨이지 않는 현실은 그녀를 매일 조금씩 갉아먹는다. 그녀는 부활이라는 금기를 희망이 아니라 마지막 버팀목으로 잡아버린다.


  • 자오징

딸 신이를 잃은 채, 매일 그 아이가 살았던 방을 어루만지며 버틴다. 죽음은 끝이 아니라 미련이었고 미련은 점점 그녀를 잠식한다.


  • 장스카이

전기사기·납치 사건의 주범이자, 두 엄마의 인생을 무너뜨린 남자이다.


초자연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건 ‘죄책감’이다

드라마가 무서운 이유는 어두운 장면 때문이 아니라, 왕혜쥔과 자오징이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이다.

장스카이를 살려낸 선택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선택을 지워낼 수도 없고 그 선택 없이 살아갈 수도 없다.

그 감정의 혼란이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어버린다.


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, 장스카이가 마치 누군가의 감정을 빌려 움직이는 것 같은 순간들이다.

그의 행동은 분명 살아있지만 그 안엔 죽음과 후회가 섞여 있는 이상한 정적이 흐른다.


<회혼계>는 결국 귀환의 이야기라기보다 죄책감이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는가를 보여주는 심리극에 가까웠다.


돌아온 게 문제가 아니라, 돌아오게 한 마음이 문제였다

드라마가 끝났을 때 남는 건 공포도, 반전도 아니었다. 가장 무서웠던 건 두 엄마가 했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할 만큼 사랑에 절박했다는 사실이었다.

사람은 슬픔 앞에서 언제든 금기를 넘을 수 있고, 그 금기는 초자연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었다. <회혼계>는 죽음의 귀환을 다룬 드라마가 아니라 희망이 한 번 부서진 사람들의 얼굴을 비춰주는 이야기다.


회혼계
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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