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베이비 레인디어, 뒤늦게 본 상처

  • 작성자 사진: 관리자
    관리자
  • 1일 전
  • 1분 분량

모두가 이야기하던 드라마를 이제야 본 이유

이 드라마가 그렇게 유명했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았다.

집착이니, 너무 무겁다는 말들이 많아서 마음 단단할 때 봐야겠다 하고 미뤄둔 작품이었다.


그리고 정말 오래 뒤늦게 아무 준비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…

그 순간 알았다.

왜 다들 그렇게 말이 많았는지 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는지...


누가 피해자이고, 누가 가해자인가

  • 리처드

이야기의 중심이지만 그의 마음은 늘 비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. 누군가에게 끌려가듯 살고 자신의 삶을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채 버티는 사람이다.


  • 마사

스토커라고 말하면 너무 단단한 단어 같고 집착이라고 말하면 너무 가벼운 단어 같다. 그녀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인물이다. 마사는 악인이 아니다. 그렇다고 피해자도 아니다.


멈출 수 없지만, 계속 보기에도 숨이 막히는 이야기

베이비 레인디어의 가장 무서운 지점은

“이런 일이 있을 것 같지 않다”가 아니라

“이런 일이 너무 실제 같다”는 점이다.


장면 하나하나가 연출처럼 보이지 않고,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질감

가끔 카메라가 멀어지거나 대사가 끊기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무섭다.


리처드와 마사 사이의 감정은 지독하게 꼬인 실타래 같아서 누가 잘못했고, 누가 피해자이고, 누가 멈췄어야 했는지 판단할 수가 없다.


스쳐 지나간 상처들이 모여 한 사람을 무너뜨린다

베이비 레인디어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작품이 아니다. 그보다는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.

리처드의 상처는 한 번의 사건으로 생긴 게 아니라 작은 균열들이 오래 쌓여 마침내 그 틀이 부서져버린 결과였다. 뒤늦게 본 덕에 나는 조금 더 깊이,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 속 상처를 바라볼 수 있었다.


이 드라마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인간의 취약한 부분을 정면으로 드러낸 기록에 가깝다.


베이비 레인디어
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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