퍼스트 러브 하츠코이, 첫사랑의 잔향

오래된 감정이 나를 쓰다듬고 지나간 느낌

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이렇게까지 가슴 깊은 어딘가를 건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.

작품은 화려하지도 않고, 자극적인 장면도 거의 없다.

그런데도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내내 마음속에서 오래된 감정 하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움직이는 느낌이랄까?

첫사랑은 지나갔지만 그 감정의 흔적은 아직도 가끔 이렇게 내 삶 구석을 건드리고 있더라...

서로의 첫사랑이자, 서로의 가장 큰 상처

• 하루토: 그는 과거에 묶여 있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미래로 한 걸음 내딛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이다.

• 유: 유는 기억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인물이다. 말보다 표정이 먼저 앞서가고 상처를 숨기려 할수록 오히려 눈빛이 더 많은 걸 말해버린다.

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이 둘은 서로에게 여전히 미완성인 감정의 조각들을 갖고 있다.

그 조각들이 부딪히고 때로는 엇갈리고 가끔 맞아떨어지는 순간들 때문에 이 이야기는 더욱 아릿하게 다가온다.

첫사랑은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니라 다시 떠오르는 것

드라마는 두 사람의 시간을 억지로 맞추지 않는다.

그냥 각자의 인생이 흐르고 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시 마주서게 한다.

지나가는 버스 창문에서 스치는 시선

익숙한 노래 한 줄

예전엔 알지 못했던 서로의 표정

어른이 된 지금이라서야 이해할 수 있는 마음

이런 작은 장면들이 첫사랑이라는 감정의 잔향을 다시 불러온다.

사랑은 때로는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

드라마가 끝나고 한참 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.

“첫사랑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남아 있을까?”

아마도 그 감정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끝을 경험하게 한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.

그래서 잊히지 않고 그래서 시간이 지나 더 선명해지는지도 모른다.

<퍼스트 러브 하츠코이>는 그 오래된 감정이 어떤 표정으로 남아 있는지 가장 부드럽고,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. 그리고 나는 마지막까지 이 드라마가 나에게 건넨 그 조용한 떨림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.